챗GPT를 만든 연구자가 글을 쓰지 않는 AI를 내놨습니다 — 타입세이프 제브와 RLCD
요즘 AI라고 하면 대부분 글을 써 주는 AI를 떠올립니다. 질문하면 문장으로 답하고, 요청하면 문단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챗GPT를 만든 연구자 한 사람이 정반대 방향의 AI를 내놨습니다.
오픈AI 출신 연구자 디오구 알메이다가 세운 타입세이프 AI는 9월 15일 새 모델 제브를 공개했습니다. 제브는 문장을 쓰지 않습니다. 정해진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그 선택이 맞을 확률을 함께 내놓습니다. 회사는 비슷한 수준의 대형 언어 모델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빠르고 싸다고 주장합니다.
9월 18일 테크크런치는 개발자들이 이 모델에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늘은 제브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었고, 실제로 써 본 개발자들은 무엇을 확인했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챗GPT를 만든 연구자가 글을 쓰지 않는 AI를 내놨습니다
제브는 타입세이프 AI의 첫 모델입니다. 회사는 이 모델을 '시스템 원 모델'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프런티어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핵심은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안에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앱이 '이 문의는 환불 요청인가, 배송 문의인가'를 물으면 제브는 문장 대신 선택지 하나와 확률을 돌려줍니다.
챗GPT를 만드는 데 참여한 연구자가 대화형 AI와 다른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무엇이 발표됐나 — 9월 15일 타입세이프
타입세이프 AI는 9월 15일 자사 블로그에 시스템 원 모델과 제브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여러 AI 전문 매체가 16일 전후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9월 18일 테크크런치는 실제로 제브를 써 본 개발자들의 반응과 수요 폭증 소식을 새로 보도했습니다. 공개 사흘 만에 서비스 용량이 모자랄 정도였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제브는 대기자 명단을 통한 조기 이용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디오구 알메이다는 누구인가
디오구 알메이다는 오픈AI에서 챗GPT를 만드는 데 참여한 연구자입니다. 특히 사람의 피드백으로 AI를 강화 학습시키는 방법, 흔히 RLHF라고 부르는 기법을 발전시킨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RLHF는 사람이 더 좋다고 고른 답을 AI가 더 자주 내도록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챗GPT가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된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사람의 선호가 아니라 확률의 정직함을 목표로 한 새 학습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2년 동안 조용히 만든 것
알메이다는 약 2년 전 오픈AI를 떠나 타입세이프를 세웠습니다. 이후 외부에 거의 알리지 않고 새 학습 방법과 모델을 개발해 왔습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그는 언어 모델이 자동화에는 실용적이지 않다는 점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놀라운 능력을 가졌는데도 소프트웨어가 바로 쓰기에는 불편하다는 문제의식입니다.
투자 규모나 팀 구성은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원 모델이라는 이름
시스템 원이라는 이름은 심리학에서 빌려 온 말로 보입니다. 사람의 사고를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신중한 시스템 2로 나누는 이론이 있습니다.
긴 추론을 하는 대형 언어 모델이 시스템 2에 가깝다면, 제브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 1 역할을 맡겠다는 뜻입니다.
타입세이프는 시스템 원 모델을 소프트웨어가 바로 쓸 수 있는 빠르고 구조화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 모델이라고 설명합니다.
글 대신 정해진 답을 냅니다
제브의 입력은 일반 AI처럼 정리되지 않은 글이나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출력은 개발자가 미리 정해 둔 형식의 값입니다. 선택지 중 하나, 점수, 또는 예와 아니요의 확률입니다.
회사는 이를 '정리되지 않은 상태가 들어가고, 형식이 정해진 확률적 결정이 나온다'고 요약합니다.
대형 언어 모델에게 JSON 형식으로 답하라고 시켜도 가끔 형식이 깨지는 문제가 있는데, 제브는 처음부터 그런 출력이 나올 수 없게 설계됐다는 것입니다.

확률이 붙은 결정
제브의 답에는 항상 확률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이 문의가 환불 요청일 확률 92%'처럼 돌려줍니다.
회사가 강조하는 것은 이 확률이 보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제브가 90%라고 답한 경우를 모아 보면 실제로 약 90%가 맞도록 훈련했다는 뜻입니다.
확률이 믿을 만하면 개발자는 '확신이 높으면 자동 처리, 낮으면 사람에게 넘기기' 같은 규칙을 안심하고 짤 수 있습니다.
환각이 구조적으로 막히는 이유
타입세이프는 제브의 형식 오류와 환각 비율이 0%라고 주장합니다. 정해진 선택지 밖의 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형 언어 모델의 환각은 없는 사실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지어내는 현상입니다. 문장을 만들지 않는 제브에게는 그런 문장을 지어낼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제브가 늘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택지 안에서 틀린 답을 고를 수는 있고, 그래서 확률이 중요해집니다.

RLHF와 RLVR, 그리고 RLCD
제브를 만든 학습법의 이름은 RLCD, 보정된 결정을 위한 강화 학습입니다.
RLHF는 사람이 좋아하는 답을 내도록, RLVR은 프로그램으로 정답을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잘 풀도록 AI를 훈련합니다. RLCD는 여기에 더해 자신의 답이 맞을 확률을 정직하게 말하도록 훈련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알메이다는 이 방식이 챗GPT 출시 때 썼던 방법보다, 나아가 RLHF보다 낫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합성 데이터로만 학습했습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제브는 오직 합성 데이터로만 학습했습니다. 사람이 쓴 글을 대량으로 긁어모으는 대신, 결정 문제와 정답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훈련했다는 뜻입니다.
합성 데이터는 저작권 분쟁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필요한 유형의 문제를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실제 세상의 복잡한 사례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는 사용해 보며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0.07초에서 0.5초 — 속도
제브의 응답 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70밀리초에서 500밀리초, 즉 0.07초에서 0.5초입니다.
회사는 비슷한 지능 수준의 프런티어 언어 모델보다 40배에서 200배 빠르다고 주장합니다. 여러 단계로 이어진 결정 작업에서는 최대 193.6배 빨랐다는 수치도 내놨습니다.
문장을 한 글자씩 이어 쓰는 대신 답을 한 번에 병렬로 내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라는 설명입니다.
입력 100만 토큰에 0.042달러, 출력은 무료
가격 구조도 독특합니다. 입력 100만 토큰당 0.042달러이고, 출력 토큰에는 요금을 매기지 않습니다. 원화로 치면 100만 토큰에 60원 남짓입니다.
일반 대형 언어 모델의 입력 가격이 100만 토큰당 0.2달러에서 10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쌉니다. 회사는 비슷한 언어 모델보다 40배에서 400배 저렴하다고 주장합니다.
테크크런치는 입력 요금이 사실상 10억 토큰 단위로 매겨질 만큼 싸다고 표현했습니다.

최대 255개 선택지
제브가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최대 255개입니다. 예와 아니요 같은 단순한 판단뿐 아니라, 수백 가지 분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를 200가지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하거나, 상품을 세부 카테고리에 배정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기존 방식은 느려지고 실수가 늘어나는데, 제브는 이 영역을 겨냥했습니다.
둠과 위키 레이싱 실험
타입세이프는 제브의 속도를 보여 주려고 두 가지 실험을 소개했습니다. 하나는 고전 게임 둠에서 초당 10번씩 행동을 결정하는 봇입니다.
다른 하나는 위키 레이싱으로, 위키백과 문서의 링크를 따라가며 목표 문서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게임입니다. 매 단계 수많은 링크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둘 다 긴 설명보다 빠르고 정확한 선택이 중요한 과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디에 쓰나 — 분류·배정·점수 매기기
회사가 제시한 쓰임새는 분류, 배정, 점수 매기기, 데이터 추출, 실시간 앱, 대규모 데이터 처리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 앱이라면 제브가 문의를 분류하고, 앱은 자기 규칙에 따라 담당 부서와 권한을 정합니다. 결정은 제브가, 규칙과 실행은 앱이 맡는 구조입니다.
다른 AI가 만든 결과가 맞는지 검증하는 층으로 쓰거나, 방대한 데이터에서 특징을 뽑아내는 용도도 소개됐습니다.
개발자들의 첫 반응
테크크런치 기사의 제목은 새로운 종류의 AI 모델이 개발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개 직후 소셜미디어에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좋다는 반응과 직접 써 봐야 알겠다는 반응이 함께 나왔습니다.
실제로 제브를 자기 서비스에 넣어 본 개발자들의 수치도 공개됐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로 하던 분류 작업을 제브로 바꿔 본 사례들입니다.

버셀의 실측 — 5배에서 18배 빠르게
웹 개발 플랫폼 버셀의 프라닛 샤르마는 안전 분류 작업에서 오픈AI 모델을 제브로 바꿔 봤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5배에서 18배 빨라졌고, 정확도도 더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안전 분류는 유해한 요청을 걸러내는 작업이라 모든 요청 앞에서 매번 돌아야 합니다. 속도가 곧 서비스 전체의 속도가 되는 영역입니다.
브라이오 AI의 실측 — 제미나이보다 10배에서 20배 저렴
브라이오 AI의 니킬 무드홀카르는 제브가 제미나이보다 10배에서 20배 저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비용뿐 아니라 제브가 실제 확률 점수를 준다는 점을 업무 자동화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언어 모델에게 확신이 몇 퍼센트냐고 물으면 그럴듯한 숫자를 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제브의 확률은 훈련으로 보정된 값이라는 차이입니다.

수요가 몰려 서버가 모자랐습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공개 직후 수요가 너무 몰려 타입세이프는 한때 API 서비스 용량이 바닥났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 예상보다 큰 관심을 받은 셈이지만, 실제 업무에 쓰려는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대기자 명단 방식으로 천천히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의적인 시선 — 확률을 해석하는 몫
신중한 목소리도 있습니다. 개발자 도구 회사 에렌딜의 최고기술책임자 아르민 로나허는 결국 사용자가 확률 점수를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확률이 낮게 나오면 그 결정은 믿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때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제브가 모든 결정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선에서 자동 처리하고 어느 선에서 사람에게 넘길지는 여전히 개발자의 몫입니다.

회사가 스스로 밝힌 한계
타입세이프도 발표 글에서 몇 가지 단서를 달았습니다. 성능 비교에 쓴 업무 과제가 자사 내부 팀에서 나온 것이라 치우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현재 제브는 정리된 상태 데이터와 글을 처리하며, 이미지는 다루지 못합니다.
회사는 GPT-6 아스트라와 클로드 페이블 5.1 같은 최신 모델과 비교해 속도와 정확도의 균형에서 앞선다고 주장했지만, 독립적인 검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과 경쟁인가 보완인가
제브는 대형 언어 모델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긴 글을 쓰거나 복잡한 추론을 하는 일은 여전히 언어 모델의 몫입니다.
대신 하루에 수백만 번 반복되는 작은 결정, 예를 들어 분류하고 걸러내고 순서를 매기는 일을 제브가 싸고 빠르게 맡을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이런 작은 결정의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 영역의 비용이 AI 서비스 전체의 비용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 고객 문의 한 건이 흘러가는 길
회사가 든 고객센터 예를 바탕으로, 가상의 문의 한 건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고객이 '지난주 주문한 신발이 아직 안 왔고, 사이즈도 바꾸고 싶어요'라고 보냅니다.
제브는 0.1초 안팎에 이 문의를 배송 지연과 교환 요청 두 유형으로 판단하고 각각의 확률을 붙입니다. 확률이 높으니 앱은 배송 조회와 교환 절차를 자동으로 시작합니다.
확률이 애매하게 나온 문의만 사람 상담원에게 넘어갑니다. 문장은 필요할 때만 언어 모델이 씁니다.
남는 질문 — 결정만 하는 AI가 바꿀 것
제브의 주장이 독립적인 검증에서도 유지된다면, AI를 쓰는 방식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거대한 언어 모델 하나에 맡기는 대신, 작은 결정은 결정 전용 모델에 맡기는 식입니다.
다만 이미지 처리 같은 기능 확장, 안정적인 공급, 그리고 대형 AI 회사들이 비슷한 모델을 내놓을지가 앞으로의 변수입니다.
RLHF를 발전시킨 연구자가 다시 새로운 학습법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RLCD가 업계의 다른 모델에도 퍼질지 지켜볼 만합니다.

핵심 정리
챗GPT 개발에 참여한 디오구 알메이다의 타입세이프 AI가 9월 15일 결정 전용 모델 제브를 공개했습니다. 제브는 글 대신 정해진 선택지와 보정된 확률을 냅니다.
새 학습법 RLCD와 합성 데이터로 훈련했고, 응답은 0.07초에서 0.5초,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0.042달러이며 출력은 무료입니다. 선택지는 최대 255개입니다.
버셀과 브라이오 AI는 5배에서 20배 수준의 속도·비용 개선을 보고했고, 수요가 몰려 서버가 모자라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처리 불가와 독립 검증 부재는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하실 만한 것
타입세이프 블로그의 소개 글에서 시스템 원 모델의 개념과 성능 비교를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개발자라면 자주 반복되는 분류 작업이 무엇인지 먼저 떠올려 보시면, 이런 결정 전용 모델이 어디에 맞을지 판단하기 쉽습니다.
SVIL 블로그는 AI 뉴스를 큰 글씨와 쉬운 설명으로 매일 전해 드립니다. 다른 AI 뉴스도 함께 둘러보세요.
출처
- TypeSafe AI — Introducing System One Models & Jev
- TechCrunch — A new kind of AI model from a ChatGPT inventor is thrilling developers
- AI News — ChatGPT pioneer launches Jev model for programmatic logic
- The Rundown AI — TypeSafe launches Jev for AI decisions inside software
- The Rundown AI — ChatGPT co-creator launches a new kind of AI
- KuCoin News — Former OpenAI researcher launches TypeSafe AI with non-text model Jev
- Chubby (@kimmonismus) on X — Jev introduction
- Wikipedia — Diogo Almeida
협업문의 : kuroicode@gmail.com
블로그 : https://blog.svil.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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