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자 PC 세팅 2편: 손이 눈을 대신하게 — 단축키·마우스 매핑·AutoHotkey

저시력자 PC 세팅 2편: 손이 눈을 대신하게 — 단축키·마우스 매핑·AutoHotkey

가장 많이 닳는 건 시력이 아니라 '찾는 힘'입니다

저시력으로 하루를 보내보면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 지치는 건 글자를 읽을 때가 아니라 찾을 때라는 것입니다.

메뉴 어디에 있더라, 그 버튼이 왼쪽이었나 오른쪽이었나, 방금 연 창이 어느 것이더라 — 이렇게 화면을 눈으로 훑는 시간이 하루에 수백 번 쌓입니다. 확대해서 보면 더 심해집니다. 3배로 키우면 한 번에 보이는 영역이 9분의 1로 줄어드니까요.

그래서 1편에서 화면을 보이게 만들었다면, 2편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안 보고도 쓰는 법입니다. 찾는 일을 손에 넘기면 눈이 쉽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여기저기 헤매던 청록빛 궤적이 한 줄기 직선으로 곧게 펴지는 모습 — 찾아 헤매는 과정이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이 편에서 만들 것

순서대로 따라오시면 이렇게 됩니다.

① 앱을 이름으로 연다 — 아이콘을 찾지 않습니다
② 자주 쓰는 앱은 번호로 연다 — Win+1, Win+2
③ 마우스 버튼에 기능을 심는다 — 확대·반전을 손가락 하나로
④ 나만의 단축키를 만든다 — 윈도우가 안 주는 조합까지
⑤ 물리 버튼을 늘린다 — 매크로패드

①②는 오늘 5분이면 됩니다. ③부터는 장비가 필요하지만, 없어도 ④는 무료로 가능합니다.

먼저 원칙 하나 — 손이 키보드를 떠나지 않게

단축키를 익힐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많이 외우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손의 위치입니다. 왼손이 키보드 왼쪽 아래에 얹혀 있는 상태에서 누를 수 있는 조합이 좋은 단축키입니다. 오른손이 마우스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요.

저시력자에게 이게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손을 옮기면 다시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키보드를 내려다보는 순간 화면에서 시선이 떠나고, 돌아왔을 때 확대된 화면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다시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편의 모든 설정은 왼손 근처에 몰아둡니다.

1단계: 앱을 아이콘 대신 이름으로 열기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습관이 바탕화면에서 아이콘 찾기입니다. 저시력자에게 이건 매번 작은 탐색전입니다.

대신 이렇게 합니다. 윈도우 로고 키를 누르고, 앱 이름을 몇 글자 치고, 엔터.

크롬을 열고 싶으면 윈도우 키 → chrome → 엔터. 메모장은 윈도우 키 → 메모 → 엔터. 설정은 윈도우 키 → 설정 → 엔터입니다.

익숙해지면 아이콘을 찾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무엇보다 화면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됩니다.

어두운 배경에 흩어져 있던 여러 청록빛 점 대신 한 줄기 빛이 목표 지점으로 곧장 이어지는 모습 — 이름으로 앱을 바로 여는 방식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검색이 엉뚱한 걸 찾아줄 때

이 방법을 쓰다 보면 가끔 원하지 않는 게 먼저 뜹니다. 웹 검색 결과가 위로 올라오거나, 비슷한 이름의 다른 앱이 잡히는 경우입니다.

요령이 있습니다. 글자를 조금 더 치세요. `chr`보다 `chrome`이 정확합니다. 두세 글자로 아끼려다 엉뚱한 게 잡히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래도 계속 틀리게 잡힌다면, 원하는 앱을 한 번 정확히 열어주세요. 윈도우가 자주 쓰는 것을 위로 올려주는 방식이라 몇 번 반복하면 학습됩니다.

2단계: 작업 표시줄을 번호 단축키로 쓰기

이건 아는 분이 의외로 적은데, 알고 나면 매일 씁니다.

작업 표시줄에 고정해둔 앱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열립니다.

윈도우 로고 키 + 1 — 첫 번째 앱
윈도우 로고 키 + 2 — 두 번째 앱
윈도우 로고 키 + 9까지

이미 열려 있으면 그 창으로 전환되고, 닫혀 있으면 새로 실행됩니다. 화면을 전혀 안 봐도 됩니다.

작업 표시줄에는 딱 다섯 개만 두세요

여기서 중요한 게 개수입니다. 9개까지 되지만 다섯 개를 넘기지 마세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여섯 번째부터는 번호가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이 안 나면 결국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그 순간 이 방법을 쓰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저는 이렇게 배치해두었습니다. 1번 파일 탐색기 · 2번 크롬 · 3번 엣지 · 4번 터미널 · 5번 메모. 순서를 바꾸면 손이 헷갈리니 한 번 정하면 웬만해선 안 바꿉니다.

순서 자체가 기억이 되게 만드는 것 — 이게 핵심입니다.

어두운 바닥에 정확히 다섯 개의 청록빛 블록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모습 — 기억할 수 있는 수만큼만 배치하는 원칙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창 사이를 오가는 것도 손으로

여러 창을 띄워놓고 일하면 "내가 지금 어느 창에 있지?"가 계속 문제가 됩니다. 확대 상태에서는 더 심합니다.

Alt + Tab — 가장 최근에 쓰던 창으로. Alt를 누른 채 Tab을 여러 번 누르면 목록을 넘깁니다.
윈도우 로고 키 + Tab — 열린 창 전체를 큰 화면으로 펼쳐 보여줍니다. 확대 없이도 잘 보입니다.
윈도우 로고 키 + D — 모든 창을 한 번에 내려 바탕화면으로. 다시 누르면 원상복구.

여기에 하나 더. 윈도우 로고 키 + 방향키로 창을 화면 절반씩 붙일 수 있습니다. 왼쪽에 문서, 오른쪽에 브라우저처럼 자리를 고정해두면 어느 창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찾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자리를 고정하면 눈이 덜 필요합니다

저시력이 되고 나서 집 안 물건을 항상 같은 자리에 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거의 센티미터 단위로요. 그래야 한 번에 손이 갑니다.

화면도 똑같습니다. 창의 위치를 매번 다르게 두면 매번 찾아야 합니다. 왼쪽엔 늘 참고 자료, 오른쪽엔 늘 작업 중인 것 — 이렇게 고정해두면 시선이 바로 갑니다.

모니터가 크다면 더 확실합니다. 저는 40인치를 쓰는데, 화면을 네 구역으로 나눠 쓰임새를 정해뒀습니다. 어느 구역에 뭐가 있는지가 몸에 배면 화면 전체를 훑는 일이 사라집니다.

어두운 평면이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고 각 구역에 청록빛 표식이 고정된 모습 — 자리를 정해두는 화면 배치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3단계: 마우스 버튼에 기능 심기

여기서부터 체감이 확 달라집니다. 1편에서 배운 확대와 반전을 마우스 버튼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요즘 마우스에는 엄지 쪽에 앞으로 가기 · 뒤로 가기 버튼이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만 쓰이는 이 버튼들, 사실 아무 기능이나 넣을 수 있습니다.

제조사 유틸리티에서 설정합니다. 로지텍은 Logi Options+, 레이저는 Synapse입니다. 마우스 그림에서 버튼을 고르고, 넣고 싶은 키 조합을 입력하면 끝입니다.

제 배치를 그대로 알려드리면 이렇습니다.
앞으로 가기 버튼 → Ctrl + Alt + I(화면 반전)
가로 스크롤 휠 → 확대 / 축소

반전을 엄지 버튼에 두면 생기는 변화

이게 왜 그렇게 좋으냐면, 반전이 '결심'에서 '반사'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단축키로만 쓸 때는 이렇습니다. 흰 화면이 눈에 부신다 → 참는다 → 더 참는다 → 결국 눈이 아프다. 손을 키보드로 옮기는 그 한 동작이 귀찮아서 그냥 버티게 됩니다.

엄지에 있으면 부시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눌러져 있습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하루에 수십 번 누르게 되는데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저시력 세팅에서 제일 중요한 원칙이 여기 있습니다. 좋은 기능도 부르기 귀찮으면 안 쓰게 됩니다. 얼마나 좋은 기능인지보다 얼마나 쉽게 부를 수 있는지가 실제 사용량을 결정합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작은 누름 동작 하나로 화면 전체 밝기가 즉시 뒤집히는 모습 — 반전을 손가락 하나로 부르는 것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가로 스크롤 휠에 확대·축소를 넣기

1편에서 잠깐 언급했던 부분을 자세히 다룹니다.

가로 스크롤 휠은 원래 넓은 표를 좌우로 밀 때 쓰는 것인데, 저시력자에게는 확대·축소 다이얼로 쓰는 쪽이 훨씬 값집니다.

유틸리티에서 가로 휠 오른쪽에 윈도우 로고 키 + 더하기, 왼쪽에 윈도우 로고 키 + 빼기를 넣으세요.

그러면 휠을 오른쪽으로 굴리면 확대, 왼쪽으로 굴리면 축소가 됩니다. 돋보기가 꺼져 있어도 확대 키를 누르면 자동으로 켜지니, 이 휠 하나가 돋보기 켜기·확대·축소를 전부 담당하게 됩니다.

1편에서 확대 단위를 25~50%로 줄여두라고 했던 이유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휠은 조금씩 여러 번 굴리는 동작이라 단위가 작을수록 자연스럽습니다.

마우스가 없어도 됩니다 — 이 다음이 무료 구간

여기까지는 마우스에 버튼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없으셔도 괜찮습니다. 지금부터가 돈 안 드는 구간이고, 사실 효과는 이쪽이 더 큽니다.

윈도우가 기본으로 주지 않는 단축키를 직접 만드는 방법입니다. 프로그램 하나만 설치하면 됩니다.

어두운 공간에 새로운 청록빛 통로 하나가 없던 자리에 새로 뚫리는 모습 — 없던 단축키를 직접 만드는 것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4단계: AutoHotkey로 나만의 단축키 만들기

AutoHotkey(오토핫키)는 키보드 동작을 마음대로 정하는 무료 프로그램입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이 키를 누르면 저걸 해라"를 적어두는 것입니다.

공식 사이트 autohotkey.com에서 v2 버전을 받아 설치합니다. 예전 v1 문법과 다르니 v2로 받으세요.

설치했으면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클릭 → 새로 만들기 → AutoHotkey Script를 고릅니다. 파일 이름을 정하고, 그 파일에서 다시 오른쪽 클릭해 Edit Script(스크립트 편집)를 누르면 메모장이 열립니다.

여기에 규칙을 적으면 됩니다.

가장 쉬운 예제 — 딱 세 줄

메모장에 이렇게 적어보세요.

#F1::Run "chrome.exe"
#F2::Run "notepad.exe"
#F3::Send "^!i"

읽는 법은 이렇습니다. #은 윈도우 로고 키입니다. 그러니 첫 줄은 "윈도우 키 + F1을 누르면 크롬을 실행하라"는 뜻입니다.

셋째 줄의 ^!iCtrl(^) + Alt(!) + i를 대신 눌러주라는 뜻입니다. 1편에서 배운 화면 반전이죠. 즉 윈도우 키 + F3으로 반전이 됩니다.

다 적었으면 저장하고, 그 파일을 더블클릭하세요. 이제 규칙이 살아 있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세 개의 짧은 청록빛 선이 각각 다른 목적지로 이어진 모습 — 세 줄짜리 규칙이 각각의 동작으로 연결되는 것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왜 Win + F1~F4 조합을 권하나

조합은 아무거나 써도 되지만, 저시력자에게 특히 잘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윈도우 키 + F1 ~ F4는 왼손이 그대로 얹힌 자리에서 누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F1~F4는 키보드 왼쪽 끝에 네 개씩 묶여 있어서 손끝으로 세기 쉽습니다. 눈으로 확인 안 해도 몇 번째인지 셀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윈도우 키 + ` (물결표 자리)도 좋습니다. 키보드 맨 왼쪽 위 구석이라 더듬어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위치거든요.

반대로 피할 조합도 있습니다. 숫자열 가운데(5·6·7), 오른쪽 끝 특수문자 — 손으로 세기 어려운 자리는 결국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실제로 쓰고 있는 AHK 설정

제가 실제로 쓰는 구성을 알려드립니다. 필요한 것만 골라 쓰세요.

브라우저 프로필별로 열기 — 크롬 업무용, 크롬 개인용, 엣지를 각각 다른 키에 배치했습니다. 아이콘이 비슷해서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데, 키가 다르면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자주 여는 폴더 바로 열기 — 탐색기를 열고 경로를 따라 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없앱니다.

돋보기 배율 세트 — 한 키에 "돋보기 켜고 200%로"를 묶어두면 여러 번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크롬 설정을 하나 곁들이면 좋습니다. 설정 → 시작 그룹 → 특정 페이지 열기에 자주 가는 사이트를 등록해두면, 브라우저를 여는 것만으로 필요한 탭이 한 번에 다 열립니다. 주소를 매번 입력하거나 즐겨찾기를 눈으로 찾을 일이 없어집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하나의 청록빛 입력이 여러 갈래 결과로 동시에 펼쳐지는 모습 — 한 번의 조작이 여러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컴퓨터를 켤 때 자동으로 실행되게

AHK 파일은 껐다 켜면 다시 실행해줘야 합니다. 매번 하기 번거로우니 시작 프로그램에 넣습니다.

윈도우 로고 키 + R을 누르고 shell:startup을 입력한 뒤 엔터하세요. 폴더가 하나 열립니다.

여기에 만들어둔 AHK 파일의 바로 가기를 넣어두면 됩니다. 원본을 옮기지 말고 바로 가기를 만들어 넣으세요.

이제 컴퓨터를 켤 때마다 단축키가 자동으로 살아납니다.

AHK가 말썽일 때

단축키가 갑자기 안 먹어요 — 스크립트가 꺼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 숨은 아이콘 영역에 초록색 H 모양 아이콘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없으면 파일을 다시 더블클릭하면 됩니다.

고친 내용이 반영이 안 돼요 — 저장만으로는 안 됩니다. 아이콘에서 오른쪽 클릭 → Reload Script를 눌러야 새 내용이 적용됩니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만 안 먹어요 —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된 프로그램에는 일반 권한 스크립트가 키를 보내지 못합니다. AHK 파일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면 해결됩니다.

다른 프로그램과 겹쳐요 — 이미 쓰이는 조합을 잡으면 충돌합니다. 안 되는 조합은 붙잡고 씨름하지 말고 다른 키로 바꾸는 게 빠릅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끊어져 있던 청록빛 회로가 다시 이어져 불이 들어오는 모습 — 멈춘 단축키를 되살리는 것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5단계: 물리 버튼을 늘리는 방법

여기까지 오면 단축키가 손에 붙습니다. 그런데 한계도 옵니다. 외울 수 있는 조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해결책이 매크로패드입니다. 버튼이 6개나 9개쯤 달린 작은 보조 키보드인데, 각 버튼에 원하는 기능을 넣어둘 수 있습니다.

저시력자에게 이게 좋은 이유는 조합을 외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버튼 하나에 기능 하나. 그리고 물리적으로 손끝으로 위치를 셀 수 있습니다. 왼쪽 위, 오른쪽 아래 — 눈이 아니라 손이 기억합니다.

매크로패드에 무엇을 넣을까

제 배치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1번 화면 반전 · 2번 돋보기 켜기·끄기 · 3번 대비 테마 전환
4번 음량 조절
· 5번 재생·일시정지 · 6번 자주 쓰는 폴더 열기

미디어 조작 버튼(음량·재생)이 있으면 특히 편합니다. 영상이나 음악을 조절하려고 작은 아이콘을 눈으로 찾아 클릭하는 일이 사라지거든요.

가격은 몇 만 원대부터 있습니다. 저시력 보조기기라고 이름 붙은 제품은 수십만 원인데, 일반 매크로패드가 훨씬 싸고 자유롭습니다.

어두운 표면 위에 손끝으로 셀 수 있게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여섯 개의 청록빛 버튼 — 위치로 기억하는 물리 버튼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새 앱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할 두 가지

습관 하나를 권합니다. 낯선 프로그램을 처음 열면 두 가지를 먼저 찾으세요.

① 다크모드 설정 — 대부분 설정 안 어딘가에 있습니다. 없으면 1편의 반전으로 대응합니다.
② 단축키 목록 — 도움말이나 설정 안에 있습니다.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제공합니다.

단축키 목록을 찾으면 전부 외우려 하지 마세요. 그 앱에서 내가 제일 자주 할 동작 세 개만 고르고, 그것만 메모해두면 됩니다.

이 습관 하나가 쌓이면 새 프로그램 적응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10분 투자로 이후 수백 시간이 편해집니다.

어떤 앱에서든 통하는 단축키

프로그램마다 다른 단축키를 다 외울 수는 없습니다. 대신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공통으로 통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것만 확실히 익히세요.

Ctrl + C / V / X 복사·붙여넣기·잘라내기 · Ctrl + Z 되돌리기 · Ctrl + S 저장
Ctrl + F 찾기 — 저시력자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긴 문서에서 눈으로 훑는 대신 검색하세요
Ctrl + A 전체 선택 · Ctrl + W 현재 탭·창 닫기 · Ctrl + T 새 탭

이 중 딱 하나만 꼽으라면 Ctrl + F입니다. 화면에서 뭔가를 찾을 때 눈 대신 컴퓨터가 찾게 하는 것 — 이 편 전체의 정신이 이 키 하나에 들어 있습니다.

어두운 면 가득한 요소들 사이에서 한 곳만 청록빛으로 정확히 짚어 밝혀지는 모습 — 눈 대신 검색으로 찾는 방식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키보드 자체도 선택지입니다

소리와 촉감에 더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키보드도 바꿔볼 만합니다.

저는 기계식 청축을 씁니다. 눌렀을 때 딸깍하는 소리와 걸리는 느낌이 확실해서, 제대로 입력됐는지를 손과 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도 오타를 알아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소리가 큽니다. 사무실이나 가족과 함께 쓰는 공간이면 갈축이 절충안입니다. 걸리는 느낌은 남기고 소리는 줄인 방식입니다.

키캡 글자 크기도 봐두세요. 큰 글씨로 인쇄된 키캡을 따로 파는데, 저시력자용으로 검은 바탕에 흰 글씨 또는 노란 글씨로 된 제품이 있습니다. 키보드를 통째로 바꾸지 않고 키캡만 갈아도 됩니다.

여기까지 했을 때 하루가 어떻게 달라지나

설정을 나열하기만 하면 감이 잘 안 오실 것 같아, 제 하루를 그대로 적어봅니다.

컴퓨터를 켭니다. Win+1로 탐색기, Win+2로 크롬이 열리고 필요한 탭이 자동으로 뜹니다. 흰 페이지가 눈에 부시면 엄지 버튼을 눌러 반전합니다. 작은 글씨가 나오면 가로 휠을 오른쪽으로 두 번 굴립니다.

긴 문서에서 뭔가를 찾을 때는 Ctrl+F로 검색합니다. 문단을 눈으로 훑지 않습니다. 다른 앱이 필요하면 윈도우 키 → 이름 → 엔터. 회의 자료를 봐야 하면 매크로패드 6번으로 폴더가 바로 열립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콘을 눈으로 찾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게 이 편의 전부입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여러 청록빛 동작이 끊김 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습 — 찾는 과정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작업 흐름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한꺼번에 하지 마세요

이 편에는 설정이 많이 나왔습니다. 다 하려고 하면 하루가 가고, 그러면 대부분 안 쓰게 됩니다.

일주일에 하나씩이 딱 좋습니다. 이번 주는 시작 메뉴 검색만, 다음 주는 Win+숫자만. 손에 붙고 나서 다음 것으로 가세요.

손에 붙었다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생각하지 않고 눌렀을 때입니다. "어, 그거 뭐였지" 하고 떠올려야 한다면 아직 익은 게 아니고, 그 상태에서 새 걸 더하면 둘 다 안 남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달 걸렸습니다. 급할 것 없습니다.

자주 겪는 문제와 해결

① Win+숫자를 눌렀는데 다른 앱이 떠요
작업 표시줄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아이콘을 끌어 원래 자리로 옮기세요. 순서가 자꾸 바뀐다면 고정(핀)이 안 되어 있을 수 있으니 오른쪽 클릭 → 작업 표시줄에 고정을 확인하세요.

② 마우스 버튼 설정이 특정 앱에서만 안 먹어요
제조사 유틸리티는 앱별로 다른 설정을 둘 수 있습니다. 실수로 특정 앱 프로필에만 저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든 앱에 적용 또는 기본 프로필에 저장했는지 확인하세요.

③ 단축키가 게임이나 원격 프로그램에서 안 먹어요
이런 프로그램은 키 입력을 먼저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창 모드로 바꾸면 대개 해결됩니다.

④ 외운 게 자꾸 헷갈려요
개수를 줄이세요. 열 개를 헷갈리게 아는 것보다 다섯 개를 확실히 아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핵심 정리

1. 저시력자가 소모하는 건 시력이 아니라 찾는 힘입니다. 그 일을 손에 넘기면 눈이 쉽니다. 이 편의 모든 설정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2. 손이 키보드를 떠나지 않게 배치하세요. 손을 옮기면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확대된 화면에서는 다시 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왼손 근처, 손끝으로 셀 수 있는 자리가 좋은 단축키입니다.

3. 작업 표시줄은 다섯 개까지. 여섯 번째부터는 번호가 기억나지 않고, 기억이 안 나면 결국 눈으로 봅니다.

4. 좋은 기능도 부르기 귀찮으면 안 씁니다. 반전을 엄지 버튼에 두는 것과 단축키로만 두는 것의 차이는 하루 사용 횟수에서 수십 배로 벌어집니다.

5. 한 번에 하나씩, 일주일에 하나씩. 생각하지 않고 눌러질 때까지가 하나의 완료 단위입니다.

다음 편 예고 — 찾는 시간을 아예 없애기

2편은 화면 안에서 찾는 일을 줄이는 이야기였습니다. 3편은 한 단계 앞으로 갑니다. 애초에 찾을 일이 없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파일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아 폴더를 뒤지는 시간, 필요한 문서가 이메일인지 메신저인지 헷갈려 양쪽을 다 여는 시간 — 이것도 저시력자에게는 상당한 비용입니다.

3편에서는 이런 것들을 다룹니다. 바탕화면과 폴더를 정리하는 기준, 다운로드 폴더 자동 정리, 메모와 문서를 한곳에 모으는 법, AI에게 정리를 맡기는 방법, 그리고 모니터·마우스·키보드를 고를 때 저시력 기준으로 무엇을 보는지까지.

여기까지 따라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막히는 부분이나 "이건 이렇게 하면 되던데요" 하는 것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편에 반영하고, 필요하면 이 글도 고치겠습니다.


이전 편: 저시력자 PC 세팅 1편 — 화면을 보이게 만들기

본 회차는 2026-08-07 기준입니다. 화면 경로와 단축키는 Windows 11 Pro(빌드 26200, 한국어)에서 확인했습니다. 버전과 제조사 유틸리티에 따라 메뉴 이름이 다를 수 있으며, 그럴 때는 화면에 보이는 이름이 맞습니다.

출처: AutoHotkey 공식 — AutoHotkey v2 다운로드 · Microsoft 지원 — Windows 키보드 단축키 · Microsoft 지원 — 돋보기를 사용하여 화면 항목이 더 잘 보이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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